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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텍 G913(TKL) 클릭키 날짜:2021-2-21 10:49:34 조회수:14493
작성자 : 작가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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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철들기를 거부하는 개구쟁이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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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계식의 거의 끝판왕이라는 g913에 다음 3가지 이유로 부쩍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2.4GHz 무선 지원 : 사무실에서는 블루투스를 쓸 수 없어 이게 꼭 필요하다. 블루투스보다 접속도 안정적이다.
-로우 프로파일 : 키캡이 낮으면 입력 속도가 빠르고 팜레스트가 필요 없어 책상이 더 넓어진다.
-저소음 : 스트록 거리가 짧아 소음도 좀 덜하다.

그러나 끝판왕답게 27.9만, 29.9만이라는 가격은 새걸로 사기에는 너무 부담스럽고 모험을 하기 꺼려진다. 이럴 때는 중고로 일단 사서 써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하남 스타필드 일렉트로 마트에 죽치고 앉아 세 축을 다 쳐 봤다. 원래는 적축을 좋아하지만 g913은 리니어의 키감이 좀 심심하고 다른 축의 소음이 심하지 않아 별 관심이 가지 않았다. 클릭키가 키감은 제일 좋고 소음면에서 보면 택타일이 그 다음이다. 일단 클릭키 풀 배열을 15.5에 장만했다. 박풀이 아니고 구성품이 좀 빠져 저렴하다.



알루미늄 상판이 견고해 보이고 은은히 고급스럽다. 반면 뒷판은 그냥 플라스틱이다. 얇은데다 단단해 보이고 알루미늄이 주는 차가운 느낌이 견고해 보인다. 마감도 훌륭해 돈 값은 하는 듯하며 흔한 기계식 키보드의 모양과 달라 차별적인 디자인을 보여 준다.
두께는 얇지만 너비는 거대하다. 넘패드가 있는 일반 풀배열과 비교해도 왼쪽에 매크로키가 1열 더 있고 위쪽에는 멀티미디어 키와 볼륨 조절 휠이 있어 더 크다. 그나마 무선이라 걸리적거리는거 없어서 쓸만하지 선까지 있으면 너무 부담스러울 거 같다. 본체 외에는 수신기와 연장선 정도를 준다. 위 왼쪽 모습이다.



높이 조절은 2단까지 되는데 최고로 세워도 각도가 낮아 더 높았으면 좋을 거 같다. 전원 버튼이 달려 있다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든다. 이게 없으면 키보드 바꿔 쓸 때나 청소할 때 꺼 놓을 수 없어 무척 불편하다. 위 오른쪽에는 충천 포트가 달려 있다.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요즘 시대에 맞게 C 타입이어야 어울리고 충전 속도도 빠르지 않을까 싶다. 한번 충전에 40시간을 쓴다고 하니 자주 충전할 필요는 없다. 하루 2시간 쓰면 보름을 쓴다는 얘기인데 LED를 켜 놓고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높이가 낮아서 팜 레스트는 쓸 필요 없다.



오히려 팜레스트를 놓으면 더 걸리적거린다. 바닥에 손목을 놓고 그냥 쳐도 불편하지 않고 편하다. 그래도 기존 쓰던 방식에 비해 손목이 약간 낮아져 좀 어색한 감은 있다. 키보드 뒤에 팜레스트를 깔아 각도를 높이면 손목이 편안하고 바닥에 손목을 놓고 쳐도 타이핑하기 딱 좋은 각도가 된다.



이 키보드를 한동안 쓰다가 결정적인 단점을 찾았다. 바로 왼쪽에 있는 매크로키이다. 로지텍 GHub를 깔면 각 매크로키의 기능을 원하는대로 할당할 수 있다.



왼쪽의 기능 목록을 드래그해서 매크로키에 떨어뜨리면 바로 할당된다. 클립보드 동작을 한 키로 정의해 두면 코딩할 때 무척 편리하다. 게다가 한번 할당해 놓은 기능은 키보드에 저장되어 딴데 가지고 가도 계속 유효하다. 그러나 1열짜리 이 매크로키가 골때리는 증상이 있는데 Ctrl+C를 누를려고 하면 왼손이 이러고 있다는 것이다.



Shift키와 방향키로 블록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로 G4를 누르게 된다. 오랜 기간 손가락이 키보드 가장자리로 찾아가는 버릇이 확고하게 굳어져 있다 보니 의도치 않은 실수를 종종한다. 익숙해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다. 이게 생각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풀배열이 인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넘패드도 자리만 차지해서 불만이다. 매크로키는 어떡하든 익숙해질 수 있을 거 같은데 쓰지도 않는 넘패드는 진짜 불만스럽다. 그래서 또 텐키레스를 하나 더 질렀다.



이건 18 + 0.5로 역시 중고로 질렀다. 정가는 풀배열이 2만원 더 비싸지만 중고가는 오히려 텐키레스가 2만원 정도 더 비싸게 형성되어 있다. 그만큼 풀배열이 인기가 없다는 얘기다. 풀배열을 쓰다가 텐키레스로 넘어오니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 똑같은 청축이라 키감이 같아야 하는게 원칙이지만 풀배열 전주인이 키스킨 씌워 놓고 썼다더니 더 상태가 좋아 키감에 약간 차이가 있었다. 원래는 같았겠지만 사용 시간에 따라 키감도 약간 달라지는 걸 보니 역시 키보드는 소모품이다.
이렇게 비싼 키보드를, 그것도 같은 축을 두 개나 보유할 이유는 없으니 둘 중 하나는 조만간 팔 생각이다. 그 돈으로 흰색 택타일이나 하나 더 들일 예정이다. 청축이 감은 좋지만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쓰기에는 좀 미안한 감이 있고 흰색이 예뻐 보여서 아주 천천히 장만해 볼 계획이다.
다음은 각 항목별 상세한 사용기 및 느낌이다.

키캡 : ABS 재질이지만 품질은 괜찮은 거 같다. 조금 더 까끌한 PBT였으면 좋을 거 같다. 키캡이 축에 딱 붙어 있지 않아 키보드를 흔들면 짤짤짤 소리가 난다. 좀 연약해 보여 감히 빼 볼 생각은 못해 봤고 표준이 아니라 키캡놀이는 쉽지 않다.

키감 : 카일과 협력해서 만든 GL 스위치이다. 높이가 낮아 스트록 거리가 1.5mm로 짧으며 왠지 더 빨리 입력되는 느낌이다. 청축이라 구분감 확실하고 반발력도 단단해 키감이 꽤 준수하다. 일반 기계식 청축과는 느낌이 달라 그냥 다른 스위치라고 봐야 할 거 같다. 키감이 준수하다는 것이지 탁월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키감만으로 보면 이보다 더 좋은 키보드는 널렸다.

스테빌 : Shift, Space 같은 긴 키도 어디를 누르나 잘 눌러지고 소리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 면을 보면 역시 고가 키보드의 품질이 느껴진다.

키압 : 공식적인 키압은 일반 기계식과 유사하지만 높이가 낮다 보니 가볍게 느껴진다. 오래 쳐도 손가락이 별로 피곤하지 않다. 타건 영상을 다음 주소에 올려 두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qgEOTCuzOU


소음 : 청축이라 짤깍거리긴 하지만 요란하지 않고 딱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키보드 자체가 낮다 보니 통울림은 거의 없고 스프링 소리도 들리지 않아 타이핑시 스위치 소리만 난다. 클릭키라도 사무실에서 살살 치면 충분히 민폐 끼치지 않고 쓸 수 있을 거 같고 택타일이면 눈치 안 봐도 될 거 같다.

무선 연결 : 2.4와 블루투스를 동시에 지원한다. 데스크탑에는 2.4 수신기 꽂아서 쓰고 블루투스는 핸드폰에 연결해 두었다. 상단의 키 하나로 접속 전환을 할 수 있어 편리하고 전환 속도는 거의 실시간이다. 무선으로 연결해도 딜레이는 거의 느낄 수 없다. 2.4 수신기는 슬립모드를 깨울 수 있어 그 점도 편리하다. 심지어 스크린세이버나 슬립모드를 벗어난 후 누른 키까지도 입력되어 바로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

LED 조명 : RGB 삼색으로 반짝거려 화려하다. 게다가 은은해서 경망스럽지 않고 계속 켜 둬도 질리지 않는 젊잖은 조명이다. 상단의 버튼으로 조명 밝기를 조정할 수 있고 GHub를 설치하면 속도나 모양 등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있어서 좋은 기능이긴 하지만 큰 감흥은 없다. 일정 시간 가만히 있으면 조명은 꺼져 배터리를 많이 먹지는 않는다.

매크로 : GHub에서 각 매크로키의 기능을 정의할 수 있다. Copy, Paste를 할당해 놓고 쓰니 문서 작업할 때 무척 편리했다. 키보드 자체에서도 MR키를 누르고 바로 기억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해 보지는 않았다.

멀티미디어 : 별도의 키가 있어 음악 재생시 편리하긴 하다. 볼륨 조절 휠도 부드럽게 잘 동작한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음악을 켤 일이 없어 나는 별로 쓸 일은 없다. 휠의 기능을 재정의할 수 있으면 더 좋았을걸 싶다. 줌이나 UnDo/ReDo로 맵핑할 수 있으면 실용적일거 같다.

품질은 꽤 상급에 속하지만 가격이 너무 사악하다. 로지텍이 브랜드 가치를 믿고 비싸게 팔아 먹고 있는데 이 정도 돈을 주고 살만한 물건은 아닌 거 같다. 사실 로지텍은 마우스를 잘 만들지 키보드를 썩 잘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브랜드 가치와 재료비를 생각해도 16만 3800원 정도가 딱 적정가이다.
가격으로 배짱을 부리니 품질이 좋아도 심사가 약간 틀어지는 감이 있다. 그러나 로우 프로파일에 무선 2.4GHz를 지원하는 대체품이 없다. 키크론 K1이 높이가 낮지만 블루투스만 되고 커세어 K63이 2.4를 지원하지만 키감이 너무 평범하다. 그나마 대체품이라면 iKBC의 W200 정도가 있는데 이건 아직 안 써 봐서 모르겠다.
총평하자면 g913은 꽤 좋은 키보드이다. 그러나 가격이 사악해 아무나 부담없이 접근하기는 어렵고 그 가격만큼의 특별함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거 같다. 궁금해서 다들 한번 써 보지만 여러 가지 단점이 보여 또 후딱 팔아치워 버리기도 하는 그런 키보드이다. 나는 한동안은 애정을 가지고 쓸 거 같지만 더 좋은 키보드가 많아 과연 계속 주무기로 쓸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돈 못 벌어도 좋다. 즐겁게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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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짜 3월10일 8:07:25  

손에 털이.... 잘 지내지 여기도 재미있는게 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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