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웃기게 돌아가는 프로젝트 상황 날짜:2020-11-28 11:13:17 조회수:239
작성자 : da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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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드는 프로젝트에 어떤 기능의 옵션 A, B, C, D, E가 있습니다.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이 이 정도는 다 제공할 정도로 보편적인 기능입니다. 그런데 애초 기획 회의에서 팀장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팀장 : SI는 속도가 생명이야, 우리는 A, B까지만 하고 C, D, E는 생략한다.

즉, 심플하게 빨리 빨리 가자는거죠. 문제는 팀장이 이 기능의 세부적인 내용을 정확히 잘 모른다는거에요. 그냥 양이 많으니 기계적으로 스펙을 축소했고 고객도 여기에 동의했습니다. 제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나 : 팀장님 그래도 C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팀장 : 없어도 됩니다. 고객한테 A, B만 쓰라고 하면 되요. 어차피 시간도 돈도 많이 주지도 않았어요.

이 기능은 S차장과 제가 같이 만들어야 하는데 S차장은 아무 이의 제기를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나 혼자 나서봐야 될 거 같지도 않고 괜히 팀장 미움만 받을 거 같아 그냥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중반에 이상한 한계점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요청한 정보 중 일부만 나타나고 값이 없는 구간은 아예 생략해 버려 고객이 오해하게 되어 있다는거죠. 팀장이 회의를 소집합니다.

팀장 : 값이 다 안나오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없는 값 대충 만들어 채워 넣도록 합시다.
나 : 있지도 않는 값 더미로 만들어 넣기 쉽지 않은데요. .
팀장 : 그럼 어떡합니까? 고객이 이의를 제기하는데요. 요러쿵 죠러쿵해서 채워 넣으면 되잖아요.
나 : 그렇게 하는 옵션이 C인데요.
팀장 : 아니, 그걸 왜 이제서야 얘기 하냐고요..... 버럭 버럭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에요. 팀장이라고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니 오판을 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웃긴건 S차장의 태도입니다. 이 기능은 S차장이 만들고 제가 사용하는 것이어서 S차장의 주업무거든요. 쉬는 시간에 담배 피면서 S차장이랑 얘기했어요.

나 : 차장님. C를 빼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 맞죠?
S차장 : 네 맞아요. 이상 동작을 방지하려면 C가 필요해요.
나 : 처음 기획 회의할 때 말씀을 하시지 그랬어요?
S차장 : 말이 먹힐 거 같으면 했겠죠. 전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당해 봐야 필요한지 안다니깐요.
나 : ......

S차장은 이 바닥 고참입니다. SI는 원래 시키는것만 하면 되고 이의 제기할 필요 없다, 처음에 고객에 OK 했으니 안해 줘도 된다, 정 답답하면 고객이 시간과 돈을 더 투입해서 추가 프로젝트 내 준다, 그때 하면 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처음 협의한 거 이상은 할 필요 없다.
어찌 보면 맞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SI는 돈 받아서 요구한 것만 해 주면 되니 괜히 나서서 아이디어 제안할 필요 없고 시키는 것만 정확히 하면 되죠. 그러나 문제가 될 것을 뻔히 아는 전문가가 입다물고 있었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처세술인지는 동의하기 어렵네요. 하지만 개발자 탓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저도 점점 동화되어 가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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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 12월21일 11:40:21  

그런 사람 의외로 많아요.
ㅎㅎ
난 그런 사람(팀장) 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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