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발팀장님은 내공이 약간 딸리지만 굉장히 부지런한 분이십니다.
이런 부류가 제일 피곤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열정을 가지고 일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금요일 저녁 일 다 해 놓고 소스 커밋해 놓고 회사 앞에서 동료들이랑 밥먹고 기분좋게 술한잔 꺼억 하고 있었어요.
웬만해서는 전화 잘 안 하시는데 전화가 온 거에요.
"이거 왜 되던 것도 안 되고 엉망이야?"
"그럴 리가 없는데요, 아까 다 해 놨는데요"
"당장 튀 와"
이래서 술 마시다가 회사로 부리나케 달려 갔어요.
가 보니 진짜 안 되는겁니다.
어 이상하다 싶어 제 자리에서 해 보니 또 잘 됩니다.
"팀장님, 제 자리에서는 잘 되는데요"
"니 자리에서 잘 되면 뭐해. 다 잘 되야지"
뭔가 이상하다 싶어 팀장님 자리에서 확인해 보니 아까 색상 바꾼 것도 적용이 안되어 있는거에요.
"저...팀장님. 소스 업데이트를 안하신 거 같은데요"
순간, 팀장님 당황하며 프로젝트 팝업 열고 Update 한 후 컴파일, 실행. 다 잘 되는거에요.
술마시다 불려 나와 좀 황당하지만 뭐 사람이 그럴 수도 있고 개발자끼리 서로 이해해야죠.
팀장님이 "아, 이거 미안하게 됐네" 이러면 명랑하게 웃으며 "아유~~ 그럴 수도 있죠 뭐" 이럴려고 했어요.
그러나 팀장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화면 여기 저기를 막 눌러 보고 조회 조건을 극단적으로 바꿔 보더니 결국 결함 하나를 찾아 냅니다.
"이봐 이거 안되잖아. 일 똑바로 못해?"
와, 진짜 이 부분에서는 확 열 받더군요.
아마 얼굴도 좀 벌개졌을거에요.
네 금방 수정하겠습니다. 해 놓고 자리에 와서 수정한 후 다시 커밋해서 올렸습니다.
지가 실수해 놓고 사과는 않고 별 것도 아닌 걸로 트집잡아 너 불려올만 했다 식이에요.
그러면서 개발자는 어쩌구 저쩌구 일장 훈계까지 들었어요.
개발은 참 즐거운 직업이고 하는 일도 재미 있는데 이런 경우를 당하면 당황스럽습니다.
그래도 우리 팀장님, 부지런하시니 인정은 해 드립니다만 이번에 좀 실망했네요.
월요일부터 조심스럽게 대해야겠다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