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자바 개론

자바 소개

프로그래밍 언어란 기계에게 명령을 내리는 통신 수단이다. 최초에는 저급의 기계어를 사용했지만 이후 어셈블리를 거쳐 베이직, 파스칼, C/C++ 같은 고급 언어로 발전해 왔다. 자바도 수많은 언어중의 하나이되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최신 언어이다. 사실 이 강좌는 C++을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이므로 언어에 대한 이런 개론적인 얘기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도입부에서부터 바로 자바를 소개하기는 어색해서 뭔가 가벼운 내용으로 시작을 해 봤을 뿐이다.

자바가 기존 언어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중간 코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네이티브 언어의 결과물은 CPU가 바로 해석할 수 있는 기계어이지만 자바는 중간 언어인 바이트 코드를 생성해 낸다. 물론 실행하기 위해서 결국은 기계어로 바뀌어야 하지만 컴파일 타임이 아니라 런타임에 자바 가상 머신의 JIT(Just In Time) 컴파일러에 의해 기계어로 번역된다.

그래서 자바는 플랫폼에 독립적이다. 자바의 바이트 코드는 표준화되어 있되 대신 플랫폼에 종속적인 자바 가상 머신(JVM:Java Virtual Machine)이 제공되어 플랫폼별 차이점을 극복한다. 자바는 특정 플랫폼에서 직접적으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바 가상 머신에서 실행되므로 한번 만든 코드를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자바의 이런 특성을 WORA(Write Once Run Anywhere)라고 하는데 플랫폼에 따라 일일이 코드를 작성할 필요가 없어 생산성의 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자바보다 조금 더 늦게 등장한 닷넷도 플랫폼에 독립적이다. 닷넷은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언어 독립성까지 제공한다. 닷넷의 기본 언어인 C#도 전체적인 구조나 개념이 자바와 유사해서 자바를 베꼈다는 의혹을 사기도 한다. 이 두 언어가 지금은 가장 대중적이고 유망한 언어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태이다.

중간 코드는 플랫폼 독립성을 확보하지만 대신 느리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아무리 최적화를 해도 CPU가 하드웨어 차원에서 실행하는 네이티브 코드보다 빠를 수는 없다. 테스트 방법에 따라 속도차는 달라지지만 순수한 코드의 실행 속도만을 측정해 보면 대략 2.5배 정도 더 느리다. 그래서 자바의 활용처에는 약간의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데스크탑 응용 프로그램이나 게임을 자바로 만들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바가 성공한 이유는 하드웨어 환경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소프트웨어의 느린 속도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인건비가 하드웨어 비용보다 훨씬 더 비싸서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두 배의 인력을 투입하는 것보다 두 배 더 빠른 하드웨어를 투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또한 프로젝트의 규모가 초대형으로 커짐에 따라 이전의 방법으로는 도저히 생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실행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튼튼하고도 확장 가능한 구조를 최대한 신속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한번 잘 만들어 놓은 코드를 매번 새로 만들지 않고 임의의 프로젝트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성도 중요한 장점이다. 자바는 객체 지향의 재사용성에 플랫폼 독립성까지 갖추었으므로 어떤 언어보다도 재사용성이 뛰어나다. 자바의 프레임워크는 신속한 개발, 안정적인 기능, 재활용성을 잘 충족하여 팀 프로젝트에 적합하다.

자바의 역사

자바가 최초로 등장한 시기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므로 자바의 역사도 이제 거의 20년이 되어 간다. 선 마이크로시트템즈의 제임스 고슬링이 가전 제품용 소프트웨어 작성을 위한 언어로 디자인했다. 당시의 가장 대중적인 언어인 C++은 소스 차원의 이식성은 있지만 이진 차원의 호환성이 없어 적합치 않았다. 또한 다중 상속이나 메모리 관리 기능이 너무 복잡하여 가전 제품에 쓰기에는 너무 거대했으며 다양한 이기종의 시스템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분산 환경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고슬링은 아예 Oak라는 언어를 새로 만들었다. 그 당시의 가장 대중적인 언어인 C++로부터 많은 부분을 참조하여 C++과 기본적인 문법 체계가 비슷하다. 특히 연산자와 제어문은 C++의 그것과 거의 90% 이상 구문이 같다. 그러나 클래스와 관련된 문법은 C++과 다소 다른데 이 부분은 정통 객체 지향 언어인 스몰토크(Smalltalk)를 참조했다. 즉, 자바는 C++과 스몰토크의 장점을 취합해서 만들어진 언어라고 할 수 있다.

Oak는 이후 휴대용 컴퓨터인 *7을 개발하는 그린 프로젝트에 활용되었다. 비록 이 프로젝트 자체는 상용화까지 가지 못하고 실패했지만 자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이후 Oak는 상표권 문제로 인해 자바로 이름을 바꾼다. 자바는 커피 이름인데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모닝 커피처럼 인터넷에 활력을 불어 넣자는 뜻이라고 한다.

자바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다양한 이기종의 컴퓨터가 접속하는 웹이야말로 자바의 최적 활용처였으며 고씨 아저씨는 자바를 웹에 적용하였다. 자바로 핫자바(HotJava)라는 웹 브라우저를 발표했는데 최초의 자바 응용 프로그램인 핫자바는 언어로서의 자바를 검증하는 작품이었다. 1995년 5월 SunWorld 컨퍼런스에서 자바는 공식적으로 세상에 발표되었다.

발표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바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국내의 많은 개발자들도 자바의 철학에 매료되어 자바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의 몇몇 직원들은 그동안 써 오던 C++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자바에 온몸을 내 던지더니 아직까지도 오로지 자바만 하고 있다. 이른바 자바 열풍이 시작된 것인데 당시의 상황은 정말 대단했었다.

자바의 애플릿에 의해 웹은 더 이상 정적인 정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동적인 페이지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당시 가장 대중적인 웹 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 2.0이 자바를 지원함으로써 큰 지원군을 얻었다. 글자와 그림만 보이던 웹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사용자의 액션에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 자바 애플릿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감동 그 자체였다. 이후 자바 애플릿은 플래시라는 더 강력한 솔루션에 완전히 밟혀 버렸지만 어쨋든 애플릿은 자바를 짧은 기간에 대중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자바 개발툴은 개발사인 썬이 JDK(Java Development Kit)라는 이름으로 무료 배포하는데 최초의 버전은 당근 1.0이다. JDK는 명령행에서 컴파일을 하는 다소 불편한 방식을 사용하며 최신 버전도 여전히 명령행 방식을 고수한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주얼 카페, 포르테, 이클립스같은 그래픽 환경의 편리한 개발툴이 많이 발표되었다.

JDK는 그동안 꾸준히 업그레이드되어 이 강좌를 쓰는 시점(2009년 5월)에서 최신 버전은 1.6.13이다. 물론 여러분들이 이 강좌를 읽을 때는 더 최신 버전이 발표되어 있을 것이다. JDK의 버전과는 별도로 자바 자체의 버전을 따로 메기기도 하는데 JDK 1.2 버전에서 대규모의 기능 추가가 있어 이후의 자바를 Java2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1.3, 1.4 버전에 대해서는 Java3, Java4라고 부르지 않으며 여전히 Java2라고 부른다.

이후 JDK 1.5에서 또 다시 대대적인 문법이 추가되어 이 버전 이후를 Java 5라고 하며 Java 5.0이라고도 한다. 같은 식으로 JDK 1.6은 Java 6라고 부르는데 버전 번호에 일관성이 없어 다소 헷갈리는 면이 있다. 버전을 이따위로 일관성없게 붙이게 된 원인은 순전히 마케팅 때문이라고 한다. 1.2보다는 2.0이 왠지 더 있어 보이니까 말이다.

자바의 특징

자바는 기존의 네이티브 언어들과는 많은 면에서 틀리다. 큰 차이점들만 간략하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자바의 가장 큰 특징은 플랫폼에 독립적이라는 점이다. 중간 코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물리적인 플랫폼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활용성이 높다. 그러나 약간의 성능 저하가 있고 특정 플랫폼의 고유한 기능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반대 급부가 있다.

② C++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다중 상속이나 연산자 재정의 같은 문법을 제거하여 문법 체계가 단순 명료하다. 문법이 단순해짐에 따라 훨씬 더 배우기 쉬워졌고 사용하기도 쉬워 실수의 위험이 낮다.

③ 가비지 컬렉터가 자동으로 메모리를 관리한다. 할당만 하고 사용하다가 그냥 내버려 두면 적당한 때에 쓰레기 수집된다. 그래서 메모리 누수의 위험이 없고 객체를 사용하기가 편리하며 신뢰성이나 안전성도 개선되었다.

C++ 개발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가비지 컬렉터는 정말 부러운 기능이다. 메모리 누수는 일종의 버그이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데 정말 잡기 힘들다. 메모리 관리에 지친 C++ 개발자들에게 가비지 컬렉터는 정말 매력적인 기능이었으며 C++ 개발자가 자바로 전향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다음은 C++ 언어와 자바를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자.

■ 자바는 모든 것이 클래스에 속해야 하며 전역 변수를 허용하지 않는 완전한 객체 지향 언어이다. 이에 비해 C++은 구조적 개발 기법도 동시에 지원하는 혼합형 객체 지향 언어이다.

■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는 다중 상속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중 상속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 연산자 오버로딩을 지원하지 않는다. 연산자 오버로딩 기능 자체는 실용적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 구조체와 공용체를 지원하지 않는다. 구조체는 어차피 클래스와 같으므로 상관이 없지만 공용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쉽다.

■ 언어 차원에서 멀티 스레드를 지원한다. 자바 가상 머신이 미니 플랫폼이기 때문에 언어가 스레드를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 디폴트 인수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별다른 말썽이 없는 기능인데 왜 지원하지 않는지 다소 의아스럽다. 아마 뭔가 이유가 있을 듯하다.

C++에 비해 기능상 축소된 부분이 많다. 물론 확장된 부분도 많다. RTTI를 기본적으로 지원하여 타입 안정적인 코드를 작성할 수 있으며 애초에 예외 처리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서 예외 처리를 해도 성능상의 불이익이 없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라이브러리는 C++의 라이브러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해서 왠만한 최신 기능은 언어 차원에서 다 제공된다.

그러나 C++ 개발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도 몇가지 있었다. 아마도 새로운 언어에 익숙하지 않거나 대체되는 방법을 찾지 못해서 그렇겠지만 주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다음 두 가지가 제일 아쉬웠다. 어디까지나 자바를 깊이 있게 연구해 보지 못한 초보 개발자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므로 딴지를 걸지는 말아 주기 바란다.

우선 전처리 명령이 없다는 것이 무척 불편하다. #define의 단순 무식함은 많은 함정이 있기는 하지만 잘 사용하면 어쨌거나 무척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조건부 컴파일 기능이 없어 같은 소스로 여러 벌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도 상당히 불편했다. 자바에서는 조건문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조건부 컴파일과는 수준이 다르다.

또 전역 변수를 쓸 수 없다는 점도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역 변수의 위험성이야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전역 변수를 꼭 사용해야 할 경우는 반드시 있다. 자바에서는 특정 클래스에 static 변수나 메서드를 선언함으로써 전역의 흉내를 내는데 그런 어색한 방법을 쓸 바에야 아예 전역 변수를 지원하는 것이 더 깔끔하지 않을까? 자바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에게 main이 왜 static이어야 하는지를 조리있게 설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문법 체계만으로 비교를 해 본다면 C++은 자바에 비해 확실히 구닥다리 언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막상 자바로 프로젝트를 해 본 결과 C++이 그리워지는 부분이 예상외로 많았으며 자바도 20년의 세월동안 많이 늙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어의 스펙만으로 선택을 하라면 개인적으로 C#의 문법이 가장 마음에 든다. 다음 도표는 2009년 5월 현재 언어 점유율이다.

순위	언어	2009년 5월 점유율	2008년 순위
1	자바	19.7	1
2	C	15.8	2
3	C++	10.3	5
4	PHP	9.4	4
5	비주얼 베이직	8.2	3
6	파이썬	5.1	7
7	C#	4.3	8
8	자바 스크립트	3.6	10
9	펄	3.4	6
10	델파이	2.7	9

현재 자바의 시장 점유율은 명실공히 1위이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다. C가 그 뒤를 잇고 있으며 C++의 점유율은 두 언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C와 C++을 하나의 언어로 보면 자바의 점유율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므로 두 언어의 점유율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돈을 쳐 발라 띄워 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C#의 점유율은 아직도 기존 언어를 따라 잡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