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소개 및 설치

1-가.소개

가상화 기술(Virtualization)이란 쉽게 말해서 없는데 있는 것처럼 흉내를 내는 것이다. 가짜로 만든 것이되 기술이 워낙 좋아서 진짜 뺨치듯이 잘 동작하며 점잖은 말로 에뮬레이션(Emulation)이라고 하고 탁 까 놓고 얘기하면 공개적인 사기인 셈이다. 뭔가 대단하고 어려운 기술인 것 같지만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가상화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또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여러분들이 알만한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우선 MAME라는 오락실 게임 에뮬레이터가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오락실의 게임기를 그대로 흉내내어 예전에 즐기던 갤러그나 엑스리온같은 게임을 PC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비싼 오락실 기계를 가진 것도 아니고 동전을 넣지도 않았지만 잘 실행되며 게임 저장 기능이나 딥 스위치 조정 기능까지 제공되어 오히려 진짜 오락기의 기능을 능가하기도 한다.

가상화 기술의 더 실용적인 예는 가상 CD-ROM이다. 여러분들도 CD Space나 데몬같은 가상 CD-ROM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쓰고 있을 것이다. 시스템에 CD-ROM 드라이브가 없어도 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LCD 파일이나 ISO 파일을 던져 주면 CD-ROM을 넣은 것처럼 동작한다. 탐색기에 CD-ROM의 내용이 나타나며 그 안의 파일을 실행하거나 복사할 수도 있다. 비록 가짜지만 기계적으로 모터를 돌리며 구동하는 것이 아니어서 속도는 오히려 진짜보다 훨씬 더 빠르다. 게다가 복제 락 해제, 원본 압축같은 놀라운 기능도 제공하며 여러 대의 CD-ROM을 장착할 수도 있다.

이 외에 가상화 기술의 활용예는 얼마든지 있다. 10G 하드에 20G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중간에서 압축, 해제를 하는 더블 스페이스나 스태커 같은 뻥튀기 프로그램도 많이 사용되었으며 있지도 않은 수치 연산 보조 프로세서를 에뮬레이션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PDA 같은 작은 장비에는 키보드를 흉내내는 스크린 키보드가 달려 있어 문자 입력을 보조하며 PDA 없이도 데스크탑에서 PDA를 흉내내는 프로그램도 있다. 다음은 비주얼 스튜디오 2008에 내장된 포켓 PC 에뮬레이터이다. 가짜 PDA 안에 가짜 키보드가 들어 있다.

이론적으로 복제나 흉내가 가능한 모든 것들은 다 가상화될 수 있다. 지금 여러분들이 쓰고 있는 PC도 마찬가지로 가상화의 대상이다. PC가 가진 모든 기능을 흉내내기만 한다면 가짜 PC를 만들어서 진짜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가짜 PC를 만들어 가상화해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지금 여러분이 배우고자 하는 Virtual PC이다. PC의 핵심 부품인 CPU와 메모리, 하드 디스크, 모니터, 네트워크 카드 등을 호스트 PC에서 그대로 흉내냄으로써 PC안에 또 다른 PC 하나를 더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가상 PC는 공짜로 PC 여러 대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이다. 단, 가짜 PC는 아무래도 흉내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진짜 PC보다는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 따라서 Virtual PC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호스트 PC(가상 PC를 돌리는 진짜 PC)의 사양이 넉넉해야 한다. CPU는 가급적 빨라야 하며 특히 메모리와 하드 디스크가 충분해야 가상 PC도 제 속도가 나온다. Virtual PC는 PC 여러 대를 장만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진짜 가난한 사람은 Virtual PC도 제대로 돌릴 수 없다. 호스트 PC가 꼬질 꼬질하면 그 안에서 돌아가는 가상 PC는 더 꼬질 꼬질해진다.

Virtual PC를 제대로 쓰고 싶으면 호스트의 사양을 다소 높이는 것이 좋다. 비록 호스트 PC안에서 흉내만 내는 가짜라 속도가 다소 느리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활용 용도를 가지고 있다. 다음이 대표적인 활용예인데 이 외에도 PC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업을 가상 PC로도 할 수 있다.

① 개발자의 테스트용으로 이상적이다. 개발자의 PC에서는 잘 돌아가는데 다른 컴퓨터에서는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운영체제의 버전이 다르면 적용되는 기술이 달라지고 라이브러리 버전만 달라도 동작이 틀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자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다양한 환경에서 실행해 보고 테스트해 볼 필요가 있다. XP에서 컴파일한 프로그램이 비스타에서도 잘 돌아가는지 또는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떤지 일일이 테스트해 봐야 한다. 이럴 때 Virtual PC로 테스트 대상 운영체제를 한 PC에 모두 설치해 놓고 테스트해 볼 수 있다.

② 베타 버전 테스트용으로도 가상 PC를 흔히 활용한다. 바이러스니 악성 코드니 하는 것들이 너무 흔해졌고 공개 프로그램들이 내 컴퓨터에 엉뚱한 짓거리를 해 놓는 경우가 많아 함부로 뭘 깔아 보기가 두렵다. 이럴 때 가상 머신에 먼저 깔아 보고 테스트해 본다거나 가상 머신에서만 잠시 깔아 사용하고 지워 버린다면 호스트 PC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가상 머신은 어디까지나 가짜기 때문에 깨져도 또 만들면 그만이다.

③ 특정 버전의 운영체제가 꼭 필요할 때 가상 머신에 설치해 놓고 같이 사용하면 된다. 메인 PC는 예쁘장한 비스타를 사용하되 인터넷 뱅킹처럼 보안에 문제가 있거나 프로그램 호환성이 확보되지 않아 아직 XP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즐겨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비스타에서 실행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가상 머신에 XP를 깔아 놓고 필요할 때만 XP를 잠시 사용하면 된다.

만약 XP와 비스타 둘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고 싶다면 이때는 Virtual PC를 사용하는 것보다 멀티 부팅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가상 머신은 잠시 사용하거나 테스트해 보는 정도로는 적당하지만 실무에 사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많다. 멀티 부팅은 비록 동시에 두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면에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가짜가 아니므로 속도가 빠르다.

Virtual PC의 강력한 경쟁 제품으로는 VMWare와 VirtualBox가 있다. 세 프로그램 모두 가상 머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용도가 동일하지만 기능적으로는 차이가 많다. VMWare는 Virtual PC보다 훨씬 더 기능이 많고 리눅스에서도 실행되며 가상 머신에 리눅스도 설치된다는 점에서 범용성이 높지만 유료라는 점에서 다소 부담스럽다. Virtual PC는 윈도우즈 계열만 설치할 수 있지만 무료이고 가볍다는 것이 장점이다.

Virtual PC는 무료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윈도우즈 정품 사용자에 대해서만 무료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고 불법 복제 사용자는 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은 없으므로 어쨌거나 무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홈 페이지에서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홈에서 Virtual PC로 검색해 보면 다운로드 페이지를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Virtual PC는 2004와 2007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여기서는 당연히 최신 버전인 2007을 다룬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시점에 더 최신 버전이 발표 되었다면 가급적 최신 버전을 받는 것이 좋다.

스탠다드니 프로페셔널이니 하는 구분은 없고 32비트와 64비트를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한글 버전은 없다. 그런데 기분 나쁘게 일본판은 있다. 그래서 빌 게이츠 형님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이 돈 많다고 우리를 무시하냐"고 따졌더니 그렇단다. 역시 국력이 짱짱해야 대접을 받는다. 중국판도 없음을 위안으로 삼고 그냥 영문판 쓰자. 어차피 한글로 번역해 봤자 그게 그거다.

여기서는 32비트 영문 버전을 대상으로 한다. 64비트 비스타를 쓰는 사람은 당연히 64비트로 다운로드 받아야 할 것이다. 설치본은 달랑 30.4M짜리의 setup.exe 하나로 구성되어 있는데 설치본의 크기로 보면 정말 작은 편이라 부담없이 설치해 볼 수 있다.

1-나.설치

Virtual PC의 설치 과정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표준적이다. 다운로드받은 setup.exe를 탐색기에서 실행한 후 시키는대로 버튼만 누르면 된다. 설치를 시작하면 간단한 안내 페이지가 나타난다.

Virtual PC 2007 설치를 시작하겠다는 안내문이다. 별다른 정보는 없고 아래쪽에 Virtual PC의 버전인 6.0이 표기되어 있다. Next 버튼을 누르면 라이센스 동의문이 나타난다.

라이센스에 관련한 장문의 텍스트가 표시되어 있는데 솔직히 읽어 보지 않았다. 아래쪽에 I accept... 라디오 버튼을 선택하고 Next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동의하지 않으면 Next 버튼을 누를 수 없으므로 반드시 동의해야만 한다. 그런데 도대체 이런 질문은 왜 하는걸까 궁금하다. 여기서 동의 안한다고 선택하는 사람도 과연 있을까? 다음은 사용자 정보를 묻는다.

시스템의 정보를 읽어와 초기화하므로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아래쪽의 옵션은 이 프로그램을 모든 사용자가 쓸 것인지 아니면 현재 로그인한 사용자만 쓸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한 대의 컴퓨터를 여러 사람이 공유할 때 공유한 모든 사람이 쓸 수도 있고 혼자만 쓸 수도 있다. 통상 컴퓨터 하나를 혼자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어떤 옵션을 선택하나 별 차이도 없다. 다음은 설치할 디렉토리를 묻는다.

디폴트 경로가 무난하므로 받이들이면 된다. 물론 C 드라이브의 용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다른 드라이브에 설치할 수도 있다. Install 버튼을 누르면 설치가 시작되며 프로그래스 바의 막대가 점점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필요한 파일들이 복사된다.

잠시 기다리면 설치가 완료된다. 컴퓨터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30초를 넘지 않는다. 설치 완료 후 다 설치했다는 메시지도 없이 그냥 뿅하고 사라져 버린다. 쓸데없는 질문은 잔뜩 하면서 정작 설치 완료 보고는 생략되어 있어 다소 황당하다. 설치는 아주 쉬운 편이다. setup.exe 실행하고 엔터 키만 다다다닥 누르면 끝난다. 설치 해제도 상식적이다. 제어판의 프로그램 추가/제거 항목에서 제거를 선택하면 된다. 개인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이 대화상자는 보여줄 수 없다.

그럼 제대로 설치되었는지 실행해 보자. 단독 프로그램이라 그룹을 구성하지 않고 시작 메뉴에 Virtual PC 2007이라는 항목만 달랑 있다. 이 항목을 선택하면 실행된다. 자주 사용할 것이므로 빠른 실행 도구 모음으로 옮겨 놓도록 하자. 최초 실행하면 마법사가 나타나는데 일단은 Cancel을 눌러 닫아 버리자. 아직 가상 머신이 없으므로 새로 만들 걸 예상하고 마법사를 보여주는데 가상 머신을 하나 만들고 나면 다음부터는 나타나지 않는다. 버추얼 PC 콘솔은 다음과 같다.

콘솔은 가상 머신을 관리하는 메인 윈도우이며 설치된 가상 머신 목록이 중앙의 리스트 박스에 나타난다. 지금은 목록이 비어 있지만 가상 머신을 생성하면 여기에 나타나며 목록을 통해 가상 머신을 관리한다. 그 흔한 툴바도 없고 리스트 박스와 버튼 몇개, 그리고 상단의 메뉴가 전부다. UI가 거의 API 정복의 예제 수준 정도밖에 안된다. 최신 오피스 2007의 화려환 UI와는 대조적인데 왜냐하면 돈받고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메인 메뉴에는 도움말 외에 특별한 항목이 없다. 도움말은 물론 영문으로 작성되어 있다. 모든 기능이 총괄적으로 설명되어 있기는 하지만 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하는 식이라 지루하며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Virtual PC의 모든 기능이 도움말에 다 들어 있으므로 이 강좌로 오버뷰를 한 후 꼼꼼히 읽어 보기 바란다. 전부 인쇄하면 158페이지짜리 소책자 하나가 나오는데 시간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볼만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