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게 백업(BackUp)이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긴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컴퓨터를 사용하 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자료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개발자에게는 특히 더 중요하다. 장기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작성하던 소스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고 그런 사고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어느 정도의 백업을 항상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백업의 방법이 허술해서 좀 더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내가 다니던 직장의 한 동료가 한 달간 작업한 소스를 읽어 버리고 거의 폐인이 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옆에서 보기 참으로 안타깝다. 그 동료는 주기적으로 백업을 받기는 했지만 같은 하드 디스크의 다른 폴더에 백업을 관리하는 실수를 했던 것이다. 하긴 보통 하드를 하나만 달아 놓으니 백업도 같은 하드에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드의 스핀들 모터가 완전히 고장 나서 돌지도 않는 상태가 되어 버리는 기막힌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는 어떠한 위로의 말도 통하지 않으며 그냥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열심히 다시 하라는 무자비한 말밖에 더 할 말이 없다. 한 번 했던 작업을 똑같이 기억을 더듬어가며 반복하는 것이 얼마나 못할 짓인지는 해 본 사람만이 안다.

사실 나도 이틀 동안 작업했던 소스를 덮어 쓰는 경미한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정도는 하루만 고생해도 복구할 수 있어 사고축에 끼지도 못한다. 진짜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적도 있는데 노트북 키보드의 Del키가 고장 나서 반복적으로 눌러지는 바람에 원고의 글자들이 계속 지워지는 것이다. 하필 이때 백업이나 해야겠다 는 생각이 들어 탐색기로 포커스를 옮기는 순간 애써 만들어 놓은 원고와 예제들이 순서대로 줄줄이 삭제되는 것이다. 묻지 않고 삭제하기 옵션을 켜 두었기 때문에 질문도 없이 폴더를 하나씩 야금야금 지우다가 다 지우 면 다시 상위 폴더로 올라가서 지우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다행히 원고의 루트 디렉토리에서 "너무 커서 휴지 통에 못 넣어. 그래도 지울꺼야?" 이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면 아마 몇 년간 작업했던 원고와 예제들을 한방에 잃어 버렸을 것이고 그날 나는 한강으로 달려갔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백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또 한 번씩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는 기가 막힌 경험을 모두가 해 본다. 백업은 필요를 느낄 때 하기 시작해서는 늦다. 공부를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당장 빈틈없이 백업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같은 컴퓨터에 백업하지 말고 이중, 삼중으로 백업 체계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학습 중에 틈틈이 만들어 두었던 예제들이나 수집했던 자료들도 모조리 백업해 두도록 하자. 나중에 시간이 흘러 처음 배울 때 만들었던 예제들을 보면 무척 재미있기도 하고 가끔은 재사용할만한 코드들을 건질 수도 있다. 숙련된 프로그래머에게 가장 좋은 예제 코드는 역시 자신이 직접 만든 코드이며 이만큼 좋은 라이브러리 가 없다. 한 번 했던 작업을 두 번 하기 싫으면 만들어 놓은 모든 프로젝트들을 열심히 잘 백업하고 또한 언제든지 신속하게 찾을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