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프로그램을 여러 개발자가 작성하다 보면 스타일의 불일치로 인해 사소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내가 작성하던 라이브러리의 규모가 너무 커져서 클라이언트 모듈을 개발할 사람을 중간에 투입하는 일이 있었는데 실력있는 후배 개발자라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내가 핵심 루틴을 작성하면 그 친구가 이 루틴을 엮어서 응용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식이었는데 소스 구조상 모듈을 완전히 나누지 못해 일부 소스를 공유하여 작성해야만 했다.

그런데 중간에 문제가 생겼다. 내가 소스를 잠시 넘기면 이 친구가 내 소스의 모든 if문을 if (7 == i)로 죄다 바꿔놓는 것이다. 나는 이런 코드에 익숙하지 않고 읽기에 불편해서 내가 작성한 if문을 다시 원래대 로 if (i == 7)로 몽땅 바꿔놓았다. 이런 식으로 몇 번 소스가 오고 가다 보면 서로 불쾌해지고 결국은 회의를 가장한 논쟁을 하기 마련이다.

"야 너 왜 if문을 그 따위로 작성하냐? i를 7하고 비교해야지 왜 7을 i랑 비교해?"

"원래 그렇게 쓰는 거예요! 실수할 위험이 없잖아요."

"난 그런 실수 안해. 소스는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읽혀야 하는 거야."

"장담하시면 안되요.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거예요."

"좋아. 뭐 그럼 넌 계속 그렇게 써. 대신 내가 쓴 부분은 좀 건드리지 마"

"안돼요. 원칙대로 합시다. 난 그런 소스 못 읽어요."

"그게 뭐가 원칙이냐? C 스펙에 그렇게 써라고 되어 있냐?"

"우리 교수님이 그렇게 쓰라고 그랬단 말예요."

대충 이런 식이다. 결국 결론은 나지 않고 서로 사이만 더 안 좋아지고 만다. 아마 회의가 끝난 후 속으로 이렇게들 생각했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것 밖에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 에잉 재수없어'

'원칙도 모르는 선배 같으니라고. 인간아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아라'

그러나 사실 냉정하게 따져 보면 둘 다 똑같은 인간이었던 것이다. 개인별로 코딩 스타일이 다른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인데 남의 스타일을 강제로 자신의 스타일로 맞추기를 강요하다 보니 불협 화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