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러분들은 C/C++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분명히 C/C++만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다. 문법을 배운 후에는 뭔가 멋진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 싶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최신 기술 한 두 개 정도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현실 세계는 문법 이후의 고급 기술들을 많이 요구하므로 이런 기술에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하며 몸은 문법을 배우고 있지만 마음은 벌써 저만큼 앞서 나가 있을 것이다. 사실 C언어 외에도 훌륭한 언어는 많고 이 지루한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도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C/C++을 공부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입문자에게 C/C++ 언어를 추천하는 이유는 이 언어를 통해 문법을 확실히 정리해 놓으면 덩달아 실력이 늘어나거나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자바나 C# 같은 최신 언어들은 같은 계열이므 로 문법과 개념이 거의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PHP, ASP 같은 웹 스크립트 언어나 파이썬, 플래시, 저작툴처 럼 별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도 C++을 잘 하면 훨씬 더 쉽게 그리고 확실하게 공부할 수 있다. 물론 HTML이 나 SQL처럼 별 연관이 없는 과목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개발 언어들에 필요한 간접적인 논리력과 사고력을 키우는데 C++만큼 좋은 언어가 없다.

한때 웹 개발자에게도 C/C++이 과연 필요한지, 웹 개발을 하기 위해 C++을 먼저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웹 개발에 C++이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으므로 필요없다는 주장과 스크립트나 ActiveX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양측 주장 모두 설득력이 있으므로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토론이었는데 당장 필요는 없지만 알아 두면 좋다는 정도가 잠정적인 결론으로 내려졌다. 웹 페이지만 만든다면 필요없지만 어느 수준에 이르면 C 유사 언어를 피할 수 없으므로 결국은 먼저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다.

C/C++ 언어만이 개발자의 기본 과목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자바나 C#, 펄 같은 언어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효율적인 언어로 평가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꾸준히 깊이있게 연구하느냐이다. 어떤 언어가 좋다는 소문이 돌면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또 새로 나온 개발툴이 끝내준다는 소리를 들으면 금방 언어를 바꾸는 사람도 있는데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면 많이 배울 수는 있겠지만 깊이가 없어진다. 선택한 언어나 개발툴이 무엇이든지 끈기있게 물고 늘어져 봐야 프로그래밍 의 오묘한 맛을 알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영어를 잘하는 친구와 열심히 해도 잘 안 되는 친구들을 잘 관찰해 보면 두 부류의 차이점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는 오만가지 책을 다 구해 열심히도 읽지만 실력이 잘 늘지 않는데 비해 영어를 잘하는 친구는 처음 정한 책 한권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읽는다. 이것저것 많이 집적거려 봐야 넓게만 볼 뿐이지 한 번도 깊게 보지 못하므로 실력이 늘지 않으며 늘어나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언어도 마찬가지인데 한 언어의 이모저모를 다 파헤쳐 보고 개념을 확실히 익힌 다음에 유사한 언어를 공부하면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 하나의 언어를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딱히 정답이 없다. 무슨 언어든지 하나를 정해 충분한 기간을 두고 학습, 실습을 반복하면 된다. 여러분들은 이미 C/C++을 선택했으 므로 앞으로도 당분간 이 언어에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한다. 다른 언어에 비해 C/C++은 실용성이 높아 연구의 가치가 충분하고 자료가 많아 깊이 있는 연구를 하기에도 적합하다. 물론 역사가 깊다 보니 여러 가지 불순물 들이 많이 끼어 있고 최신 언어에 비한 문법적 열세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지금 C/C++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면 당분간은 다른 언어에 현혹되지 말고 당장 하고 있는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 좋다. C/C++은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일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는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