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생겨난 직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증가추세는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을성시다. 초창기 컴퓨터의 탄생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복잡한 내용까지 컴퓨터가 담당하리라고는 그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같은 논리를 적용해 보면 앞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어떤 새로운 영역이 언제 어떻게 생겨날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모든 일에 예외가 있지만 적어도 변하지 않는 금과옥조(Golden Rule)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분야에서도 골든 룰이 있다면 컴퓨터가 존재하는 한 프로그래머의 영역은 항시 존재한다는 것일 것이다. 최근 들어 프로그래머의 고유 영역이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영역까지 자동으로 처리되도록 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그러한 시도 자체도 결국은 프로그래머의 손을 거칠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면 프로그래머의 위치는 메커니즘의 영원한 성역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가 성공하면 할수록 수치적으로 프로그래머의 비율은 소수 정예화가 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사살이 예측된다. 결국은 수준 높은 프로그래머에 의해 다른 프로그래머들은 자신의 위치를 잃어 버리게 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게 된다. 그렇다면 누가 수준이 높은 프로그래머이고 누가 수준이 낮은 프로그래머인가? 그리고 그러한 기준은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

프로그래머들은 컴퓨터에 관련된 주변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한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라 할지라도 여러 분야, 여러 형태의 언어로 프로그래밍하는 분야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이 경험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서로 전달하면서 컴퓨팅에 관한 자신의 지적 소유를 넓히려고 하는 시도에서 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프로그래머는 과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낱말의 겉모양만 살피면 프로그래머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직업으로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해야 한다. 그러면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 특히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하지만 직업으로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보다 더 좋고 훌륭한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 단순히 프리랜서(Freelancer)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프리랜서라고 하면 우선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와 같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적 분류에 앞서 진정 우리가 - 적어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 - 프로그래머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컴퓨터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될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만을 프로그래머라 칭한다면 단순히 코딩만을 강조하여 지칭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하나의 프로그램은 특정 컴퓨터 언어에서 지정한 문법을 따라서 작성된 하나의 스크립트(Script)라고 할 수 있는데 컴퓨터 언어의 문법 체계를 익히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영어의 문법을 익히듯 암기 위주의 형식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막 컴퓨터 언어인 C난 Pascal 등을 익힌 사람을 두고 프로그래머라고 칭할 수 있을까? 이들은 그들이 선택한 컴퓨터 언어가 지정하는 문법 규정을 알고 있고 이에 따라 간단한 프로그램은 작성할 수 있을 터이므로 그들을 프로그래머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다시 말해서 프로그래머라는 것은 단순히 소스 코드를 입력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를 알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이란 컴퓨터에게 특정한 동작을 수행하도록 작성된 명령어의 집합을 말하며 이를 근거로 컴퓨터가 자신을 동작시켜 사용자에게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수행되는 내용에 따라 작성된 프로그램은 오락용이 될 수 있으며 업무용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여기서는 결과보다는 제작 과정에 눈을 돌려 생각해 보기로 하자. 하나의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는 여러 가지 사전 지식이 필요로 하는데 이를 공식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이 작성할 수 있다.

프로그램(Program) = 자료 구조(Data Structure) + 알고리듬(Algorithm)

이 공식을 전제로 하면 특정 언어가 규정하는 문법 규정은 자료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알고리듬은 프로그램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일까? 자료 구조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내용이 되므로 일반적인 학습과 같이 쉽게 습득될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지만 알고리듬은 유명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정형화된 것이 없으므로 이를 파악하고 활용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프로그래머란 이 알고리듬을 고안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조금은 한정적으로 제한하고 싶다. 물론, 하나의 프로그램이 알고리듬 하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지만 알고리듬없이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서 단순히 코딩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코딩할 것이지를 알지 못한다면 이를 두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라 할수 있을지는 모른겠다. 필자는 차라리 코딩 맨(Coding Man)이라고 칭하는 것이 차라리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보통의 경우 프로그래밍은 전산에 관한 많은 지식을 소유한 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고 본다. 전산에 관한 지식은 짧은 역사동안에 정형화되어 있는 형식을 배우는 일이고 이는 그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좋은 알고리듬을 고안해 내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해주는 자료 구조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있어야 하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자료구조에 대한 이해는 하나의 기술처럼 습득될 수 있는 정형화되어 있는 내용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실제로 전산을 학문으로 공부하는 부류 말고도 비주류 계열에서도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들도 정형화되어 있는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이를 이해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이제 더 이상 전산인들의 전유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프로그래밍인가를 생각하면 이에 대한 해답은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작성하는데 더 좋은 알고리듬으로 효율적인 면을 생각하려고 애쓰는 그것이 프로그래밍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는 없지만 더 효과적이고 사용자의 편의를 생각하고 수행면에서 더 높은 효율을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필자는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알고리듬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전환작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 물론, 이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지식들이 필요하겠지만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만의 알고리듬을 개발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이 일을 게을리 하는 자는 무언가 새롭고 변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시대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프로그래머의 고유 영역에서 생각하려는 것을 포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하더라도 툴의 도움으로 쉽게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예를 들어 C.A.S.E Tools)가 확산된다면 앞서 언급한 비교적 저급 수준의 프로그래머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걱정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해결할 일들이 프로그램에 의해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프로그래밍 기법과 현재의 프로그래밍 기법 그리고 이에 따라는 프로그래머의 역할과 위치가 달라졌듯이 이제 미래의 프로그래밍 기법과 프로그래머 위치는 또 한번의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과거의 절차형 프로그래밍 시대(Procedural Programming)를 지나 구조적 프로그래밍 시대(Structured Programming)를 맞이했으며 이제는 객체 지향의 OOP(Object Oriented Programming)시대를 달리고 있지만 이것도 조만한 제네릭 프로그래밍(Generic Programming)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골든 룰이 있다면 생각히지 않는자는 도태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는 코딩만이 프로그래밍의 전부라는 생각은 접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프로그래머가 하던 코딩 작업은 더 빨리 더 정학하게 타이피스트나 데이터 엔디트(Data Entry)들도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프로그램 코딩 속에 인간의 문자로도 컴퓨터의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심오한 생각들을 담아야 한다. 그것이 프로그래머의 일이며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역이다. 다시 말해서 프로그래밍에 있어 문법 체계에 맞는 소스 내용을 코딩하는 것이 프로그래밍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이런 것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알고리듬을 생각하려고 정식적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 진정한 프로그래머가 될 것인지 생각없이 코딩하는 것으로 만족해하는 타이피스트가 될 것인지 한번쯤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