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브라우저 2차 대전

W3C와 마이크로소프트가 XHTML 표준에 한창 몰두하고 있던 2004년 즈음 모질라 재단과 오페라는 하위 호환성을 유지하는 새로운 HTML 표준안을 제안했다.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역호환성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완만한 개선을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W3C는 원칙론에 입각하여 제대로 정비하기를 주장하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모질라, 오페라, 애플 등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 웹 관련 기업들이 HTML5 표준 제정을 위한 WHATWG(Web Hypertext Applications Technology Working Group: 웹 응용 기술을 위한 작업단)를 조직하고 자체적으로 HTML을 개선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방 정권이 일종의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WHATWG는 Web Application 1.0을 발표하여 XHTML2와 경쟁 관계에 놓인다. 두 진영의 주요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W3C : 웹의 문법은 엄격하고 정확해야 한다.

■ WHATWG : 과거의 호환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확장해야 한다.

 

사실 둘 다 맞는 얘기이되 입장이 다르다 보니 발전에 대한 지향점이 달랐다. XHTML은 지저분한 과거를 완전히 떨쳐 내고 새로운 문법을 확립하고자 한 반면 HTML5는 과거의 유산을 품은 상태에서 점진적인 개선을 지향했다. 양쪽 모두 입장이 확고하여 한동안 대치 관계를 유지했다. 결국 최종 선택은 시장이 결정했다.

웹 개발자는 복잡한 XHTML을 선택하지 않았으며 웹 브라우저도 XHTML 지원을 주저하였다. 의도는 훌륭했으나 기존의 콘텐츠를 너무 무시하는 과격한 정책이었다. 10년 전에 만들어 놓고 방치 상태인 홈페이지, 15년전에 작성된 기사나 강좌는 그 자체로 인류의 유산이지만 XHTML 브라우저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업그레이드할 사람도 없는 실정이므로 XHTML을 채택하면 이 문서들은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2007년 W3C는 반란군에게 항복하고 HTML 작업단을 새로 결성하여 기존의 WHATWG에게 초정창을 보내 같이 표준을 제정할 것은 요청했다. WHATWG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서 대화해를 이루었다. 소심한 보수가 과격한 진보를 이긴 셈이다. 이후 W3C 주도하에 WHATWG의 초안을 기초로 HTML5 표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양 진영은 많은 이견을 보였으나 적극적인 토론으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갔다. 여러 이해 단체의 집합이다 보니 의사 결정 과정이 순탄치 않았으며 2014년 권고안 결정을 목표로 그동안의 혼란을 정리할 천하 통일이 진행중이다. 여기까지의 웹 연표는 다음과 같다.

 

년도

기술

설명

93년 7월

HTML 1.0

텍스트만 표현 가능함. 첫 버전이라 표준으로 인정되지 않음

95년 11월

HTML 2.0

1.0의 기능 개선.

96년

CSS1

IE3에 시범적으로 적용됨

97년 1월

HTML 3.2

첫 번째 표준안

97년 12월

HTML 4.0

CSS를 채택하여 구조와 표현을 분리함

98

CSS2

CSS의 기능 개선

99년 12월

HTML 4.01

4.0의 기능 일부 수정. 가장 오랫동안 표준의 자리를 지킴

00년 1월

XHTML 1.0

HTML에 XML의 엄격한 문법을 적용함

06년 7월

XHTML 2.0

과거와의 호환을 포기하고 다시 만듬. 현재 버려진 버전

07년

HTML5, CSS3

새로운 표준 개발 시작

14년

HTML5

권고안 완료 예정

 

반란군들은 일찍부터 HTML5를 수용하여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반면 당시의 절대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만 쏙 빠져 HTML5 지원이 상당히 늦어졌다. IE가 주춤하는 틈을 타 크롬, 사파리, 파이어폭스, 오페라 등의 브라우저가 IE에 반기를 들고 다시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를 브라우저 2차 대전이라고 부르며 현재 진행형이다. 각 브라우저는 HTML5 기능을 경쟁적으로 구현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범적인 기능도 추가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여 광고전을 펼치고 있으며 자신만의 기능을 강조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사 브라우저가 아니면 아예 웹을 볼 수 없도록 하는 치사한 짓까지도 서슴지 않아 다시금 혼탁한 양상이다. 이전 기술과 새 기술이 혼재하는 상황이라 브라우저간의 호환성이 없으며 당분간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표준화가 더 시급하며 이 혼란을 해결할 궁극적인 대안이 바로 HTML5이다.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현재까지는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