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브라우저 1차 대전

웹의 역사는 1989년 3월 스위스의 입자물리학 연구소(CERN)의 팀 버너스 리(Tim Berners Lee)가 HTML 포맷을 만듦으로서 시작되었다. 91년에 HTML 문서를 서로 연결하는 웹을 개발해 배포하고 93년에 소스를 공개하였다. 이전의 인터넷 서비스가 단순한 문자 기반이었고 명령어를 외워야 하는데 비해 그래픽 기반의 웹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HTML은 문서의 서식을 지정할 수 있어 단순 텍스트에 비해 논문 같은 복잡한 문서를 표현할 수 있었다. 또 하이퍼링크를 통해 문서 사이를 연결함으로써 관련 정보를 찾기 쉬워 연구원들의 학술 문서 공유용으로 적합했다. 초기의 HTML은 아주 단순해서 문서를 보여 주기만 할 뿐 사용자와 상호 작용할 수 없었고 이미지도 표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점점 빨라지고 사용자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웹도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웹의 역사는 웹 브라우저와 함께 발전했다. 웹 브라우저는 웹 서버로부터 HTML 문서와 이미지 등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다. 최초의 브라우저는 일리노이 대학의 NCSA 연구 기관에서 1993년에 만든 모자이크이며 편리한 그래픽 환경에서 실행되어 웹을 대중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모자이크의 메인 개발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졸업 후 성능이 향상된 넷스케이프를 발표한다. 모자이크는 웹 문서를 매번 새로 받는데 비해 넷스케이프는 한 번 받은 데이터를 캐시에 저장해 두고 재사용함으로써 웹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당시의 느린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속도가 무척 중요했었다. 이후 넷스케이프는 웹 브라우저의 대명사로 군림하며 웹 대중화의 선봉 역할을 한다. 넷스케이프가 발표되던 시점이 곧 웹이 대중화되는 시점과 일치한다.

당시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대 공룡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을 과소 평가하는 중대한 실책을 범해 넷스케이프에 비해 시장 진입이 한발 늦었다. 늦게나마 웹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IE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나 초기에는 넷스케이프에 비해 열세를 면할 수 없었다. 이미 수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넷스케이프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 되는 듯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막강한 자본력과 운영체제를 가진 회사의 이점을 악용하여 점차적으로 점유율을 높여 가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웹 사용자가 폭증하면서 요구도 급격하게 늘어가던 시기였다. 두 회사는 HTML 포맷을 마구잡이로 확장하여 차별화된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글자를 깜박거리는 <blink> 태그와 글자를 스크롤시키는 <marquee> 태그가 대표적인 예이다. 둘 다 재미있는 효과를 내지만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넷스케이프와 IE가 사활을 걸고 경쟁하던 이 시기를 브라우저 1차 대전이라고 부른다. 웹의 기능은 폭발적으로 확장되었지만 두 회사의 HTML은 상호 호환되지 않아 개발자나 사용자나 불편을 겪어야 했다. 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는 94년 W3C 재단을 설립하고 웹 표준을 제정 및 관리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두 선수의 혈투를 중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상당한 기간동안 무질서 상태가 계속되었으며 웹 개발자는 브라우저별로 웹 사이트를 따로 제작해야만 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1차 대전은 결국 자본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웹 브라우저를 운영체제에 기본 내장하여 사용을 유도하고 업데이트시 강제로 웹 브라우저를 설치하는 불공정한 경쟁을 했다. 심지어 애플에게 투자를 빌미로 5년간 IE를 탑재하도록 하는 반칙도 서슴치 않았다. 넷스케이프는 강하게 반발하며 소송을 불사했지만 소송의 결말을 보기도 전인 98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브라우저 1차 대전의 결과 IE는 98%라는 절대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며 상당 기간동안 웹 표준 브라우저로 군림하였다. 독점에 의한 횡포였지만 어쨌거나 한 번의 대통일을 이루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웹 확장을 위해 ActiveX를 무분별하게 남용하는 또 다른 중대한 실책을 저지른다. 호환성은 떨어지고 웹 사이트는 점점 무거워졌으며 보안상의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게다가 HTML 자체도 21세기의 새로운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표준이 절실히 필요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