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디자인 철학

시장에 새로 진입한 입장에서 승부를 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부분이 디자인이다. 다른 폰이랑 똑같아서는 안되며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디자인에서 차별화를 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획기적인 디자인을 위해 많은 연구를 하였으며 그 결과 채택한 것이 메트로(Metro)스타일이다. Zune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것이어서 이미 그 우수함이 입증된 것을 윈도우폰에도 적용하였으며 이후 윈도우8에도 지속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메트로를 뜻 그대로 풀이하면 대도시라는 뜻이다. 대도시의 지하철 안내판, 교통 표지판 처럼 간략하면서도 시인성이 높은 디자인을 지향한다. 바쁜 도시인들이 지나가다가 흘낏 쳐다 보기만 해도 필요한 정보를 금방 취득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함으로 중시한다. 이를 위해 상징적인 그림과 간략한 문자를 활용하며 여백을 중요시하여 너무 빽빽하지 않게 배치하여 시원스럽게 디자인한다.

메트로 UI의 기본 철학은 Clean, Light, Open, Fast이다. 디자인 가이드에는 이 용어들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우수함을 강조하는데 간단하게 번역해 보자면 깔끔, 간결, 직관, 즉시 정도 되겠다. 장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매끄럽게 통합하며 일관된 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둔다.

메트로는 직관적이고 쉬운 디자인을 위해 타이포그래피, 즉 문자를 적절히 잘 활용할 것을 강조한다. 그림만으로 디자인을 구성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는 문자를 아낌없이 사용한다. GUI의 특징을 대변하는 아이콘은 예쁘고 직관적이지만 적절하게 디자인되지 않을 경우 사실 헷갈리는 면도 많다. 대표적으로 다음 두 아이콘을 보자.

엘리베이터의 열림/닫힘 버튼이다. 간결하면서도 화살표의 방향으로부터 열림인지 닫힘인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완전히 반대되는 아이콘임에도 이 둘을 같이 모아 놓으면 무척이나 헷갈린다. 엘리베이터를 열어야 하는데 닫힘 버튼을 누르는 실수 정도는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이콘의 맹점이다. 아이콘 밑에 Open, Close라는 문자가 같이 있으면 훨씬 덜 헷갈릴 것이다.

그림이 더 쉽지만 웬만큼 잘 디자인하지 않고는 처음보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하기 쉽지 않으며 외우기는 더 어렵다. 메트로 UI는 예쁜 아이콘과 함께 항상 문자열을 대동하여 깔끔하면서도 직관성이 우수하며 헷갈리지 않는다. 아이콘과 문자를 같이 배치하기 위해 윈도우폰의 모든 컨트롤은 큼직하게 재설계하였다. 또 크기가 큼에도 여백을 충분히 배치하여 터치의 정확도를 향상시킨다.

윈도우폰에서 메트로 UI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 바로 시작 화면이다. 지금까지의 모바일 장비 디자인은 대체로 획일적이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는 홈 화면에 프로그램의 아이콘들을 바둑판식으로 배치해 놓고 아이콘을 눌러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들도 거의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거나 약간 변형된 정도이다. 윈도우폰의 시작 화면은 완전히 다른데 작은 아이콘 대신 큼지막한 라이브 타일을 배치한다.

라이브 타일은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아이콘이기도 하지만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중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에서 정보를 얻고 싶으면 일단 해당 앱을 실행해야 하는데 비해 라이브 타일은 그 자체만으로 정보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매력적이다. 시작 화면만 봐도 날씨, 메일, 부재중 메시지, 오늘의 일정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가만히 두면 정보가 실시간으로 갱신된다.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앱을 선별하여 시작 화면에 타일로 고정시켜 둘 수 있다. 타일만 잘 배치해 두어도 시작 화면을 통해 필수 정보를 다 알 수 있어서 편리하다. 물론 라이브 타일은 요약적인 정보만 보여주므로 더 상세한 정보는 해당 앱을 실행하여 확인해야 한다. 경쟁 제품인 아이폰에는 대응되는 기능이 없으며 안드로이드는 앱 위젯으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윈도우폰의 디자인은 통합된 경험(Integrated Experience)을 지향한다.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 장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로도 연결한다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디자인 요소가 바로 허브이며 가로로 긴 화면을 제공하여 보통 파노라마라고도 부른다. 허브는 로컬의 정보와 외부 온라인에 존재하는 관련 정보를 하나의 앱에 통합하여 보여준다. 관련 정보가 허브에 모두 표시되므로 여러 앱을 번갈아가며 실행할 필요가 없다.

윈도우폰은 피플, 게임, 마켓, 사진, 미디어, 오피스 등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의 허브를 제공한다. 피플 허브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관리하는 기본 기능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와 연결하여 지인들의 최신 소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진 허브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에 공유된 사진도 같이 표시한다. 물론 파노라마 앱을 개발자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컨트롤도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관된 디자인을 위해 별도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배포한다. 시스템이 아무리 메트로 UI를 잘 지키더라도 개발자들이 만든 앱이 제 멋대로라면 통일성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색상이나 크기 뿐만 아니라 동작 방식까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이 가이드를 참조하여 전체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앱을 작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