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SI

네트워크가 없던 초창기의 데이터는 고립되어 있어 일관성이나 보안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주소록이나 가계부처럼 혼자 사용하는 데이터는 PC 한대면 충분하다. 그러나 여럿이 공유할 수 없어 활용성이 낮고 PC 앞에 가야 쓸 수 있어 가용성이 떨어진다.

데이터는 공유할 때 가치가 더 높아진다. 요즘은 뭐든지 연결되어 있으며 심지어 개인적인 정보까지도 서버에 저장하여 집, 회사에서 공유한다.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데이터를 저장하는 곳과 사용하는 곳이 분리되어야 한다. 초창기에는 고성능의 메임프레임과 연산 기능이 없는 더미 터미널로 연결을 구현했는데 업무가 중앙에 집중되어 효율이 떨어졌다.

메인 프레임의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클라이언트/서버 구조가 도입되었다. 서버는 중앙에서 데이터만 관리하고 사용자를 대면하는 것은 클라이언트가 담당한다. 클라이언트도 독립된 컴퓨터이며 사용자의 검색 조건을 입력받아 전달하거나 서버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보기 좋게 정돈하여 보여주는 작업을 분담하여 서버의 부담을 덜어준다.

메인프레임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하는 방식을 싱글 티어(single tier)라고 하는데 비해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협조적으로 동작하는 방식을 2티어(2tier)라고 한다. 여기에 업무 로직을 담당하는 비즈니스 서버를 추가하면 3티어 방식이 되고 대규모의 시스템은 배포나 백업을 위한 중간 레이어를 더 추가한 다층 구조를 활용한다.

원격지의 서버와 클라이언트가 통신하려면 빠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기술이 필수적이다. 전 세계에 뻗어 있는 유선망으로 지구 어디서나 접속 가능하고 모바일 무선망으로 돌아다니면서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연결성을 확보하면 보안 또한 신경써야 한다.

보다시피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최종 사용자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다. 데이터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화면에 뜬 정보만으로 원하는 작업을 척척 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 생활에서 스마트폰으로 늘상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보자.

필요한 정보가 일목 요연하게 표시되며 읽기, 삭제, 주문 등의 버튼과 대화상자를 통해 작업 지시를 척척 내릴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니 쿼리니 하는 복잡한 이론을 전혀 몰라도 터치만 꾹꾹 누르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데이터를 추상화하고 사용자와 DBMS 사이에서 통신 및 번역을 책임진다.

최종 사용자가 데이터를 불편없이 사용하려면 결국은 응용 프로그램을 작성해야 한다. 여러분이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이유도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가 아닌 실용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DB 응용 프로그램은 요구에 따라 기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특수한 소프트웨어이다.

이런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업종을 시스템 통합(SI)라고 한다. 요구에 적합한 하드웨어를 선정하고 기업의 고유 업무를 처리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작성, 유지, 보수한다. 기업의 업무는 주로 정보를 수집, 관리하는 것이어서 SI 업체는 데이터베이스 기술에 직접적으로 의존한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웹 또한 마찬가지로 데이터베이스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데이터베이스가 활용되고 있으니 그 시장성에 대해서는 굳이 논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시장성이 높다는 것은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뜻이고 그래서 데이터베이스는 개발자가 애써 배워볼만한 매력적인 분야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전산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임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