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SQL의 특징

SQL도 언어의 한 종류이지만 용도가 특수해 C/C++, 자바같은 범용 언어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기존 언어에 경험이 있더라도 SQL은 질적으로 달라 배우는 방법이나 활용법이 다르다. 그래서 처음부터 SQL의 특징을 잘 숙지해야 한다.

첫 째로, SQL은 대화식 언어이다. 범용 언어는 명령의 집합을 작성해 놓고 일괄 실행하는데 비해 SQL은 명령을 내리는 즉시 실행하여 결과를 돌려준다. 단편적인 질문 위주여서 명령문이 짧고 간결하다. 복잡한 작업을 하려면 앞 대화의 결과를 보고 다음 명령을 내려야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가장 많은 월급은 얼마인가? → 520만원이다.

520만원을 받는 직원의 이름은 무엇인가? → 홍길동이다.

홍길동은 어느 부서 소속인가? → 영업부이다.

단순한 명령 여러 개를 조합하여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식이며 짧은 명령을 명료하게 작성하는 방법을 먼저 익혀야 복잡한 명령을 작성할 수 있다. 아무리 간단한 명령도 원격지의 서버와 네트워크로 왔다 갔다 하면 성능이 떨어져 가급적 한방에 처리하는 것이 좋다. 위의 세 명령은 다음 명령 하나로 합쳐 최종 결과만 도출해낸다.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직원이 속한 부서는?

SQL 문법은 단순하지만 실무에서 사용하는 SQL 명령은 수십, 수백줄의 복잡한 복문인 경우가 많다. 이런 복잡한 것이 싫으면 스크립트를 구성하여 단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범용 언어에 비해 제어문이 빈약해 성능상으로나 기능상으로 한계가 있다.

그래서 SQL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보다 C#, 자바 같은 고수준 언어나 PHP, 파이썬 같은 스크립트 언어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SQL은 질의만 처리하는 서브 언어로 쓰고 질의의 결과를 조합하여 더 복잡한 작업을 처리하는 것은 외부 언어가 담당한다.

둘 째로, SQL은 선언적인 언어이다. 일반 언어는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를 일일이 명령으로 기술한 후 실행한다. 컴퓨터는 시키는대로 명령을 수행할 뿐이므로 절차를 상세히 지시해야 한다. 이에 비해 SQL은 문제를 푸는 과정은 생략하고 무엇을 원한다는 것만 밝힌다.

부서별 월급 평균을 구하고 평균에 미달하는 월급을 받는 직원이 가장 많은 부서를 구하라.

일반 언어로 이 작업을 수행하려면 절차에 따라 앞쪽부터 처리하는 코드를 작성한다. 직원을 부서별로 분류하고 각 부서별로 평균 월급을 구한다. 그리고 부서마다 평균 미달인 직원 수를 파악하고 그 수대로 정렬하여 제일 위의 부서를 리턴한다.

이에 비해 SQL 명령은 문제를 푸는 과정은 기술하지 않으며 요구 사항만 전달한다. 구문을 해석하는 방식과 절차, 최종 결과 도출 방법은 DBMS가 알아서 결정한다. DBMS는 요구 사항에 맞게 최적의 실행 계획을 짜고 정확한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대감 마님이 목이 말라 하인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를 보자.

절차적 언어 : 찬장의 흰 사발을 꺼내 우물가에 가서 물을 가득 담아 안방으로 냉큼 가져 와라.

선언적 언어 : 돌쇠야, 물 떠와라.

절차적 언어는 길지만 구체적이며 하인은 딱 이대로 실행하면 된다. 반면 선언적 언어는 요구 사항만 간략히 전달할 뿐, 이 명령을 어떻게 수행할지는 돌쇠가 알아서 결정한다. 사발이나 밥그릇 중 하나를 준비하고 우물로 갈지, 냇가로 갈지, 가득 담아오건 반만 담아오건 돌쇠 마음대로이다.

두 방법 모두 어쨌거나 대감 마님이 물을 마실 수는 있다. 절차적 명령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얻을 수 있지만 길고 복잡한데 비해 선언적 명령은 짧아도 요구 사항이 분명해 돌쇠 재량에 맡겨도 결과는 나온다. 돌쇠가 아무리 멍청해도 세수대야에 간장을 퍼오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돌쇠(=DBMS)는 워낙 똑똑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는다.

선언적 언어인 SQL 구문을 작성할 때는 절차에 대해 신경쓸 필요 없이 원하는 정보를 명확히 기술하는데 치중해야 한다. 지시가 복잡한 건 상관없지만 모호해서는 안된다. DBMS가 명령을 어떻게 처리할지 신경쓸 필요 없이 원하는게 뭔지 정확히 밝히면 된다. 요구 사항을 명확히 기술하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