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데이터베이스의 요건

컴퓨터는 제어, 연산, 기억, 입출력 등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응용 분야에 따라 사용하는 능력이 다르다. 연산 능력은 수학, 공학 분야에 활용되며 제어 기능은 공장 자동화에, 입출력 능력은 네트워크, 인터넷 등에 활용된다.

데이터베이스(DataBase)는 컴퓨터의 기억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자료를 가공 및 저장, 활용하는 일체의 기술이다. 데이터(data)는 자료를 의미하는 datum의 복수형이며 베이스(base)는 집합이라는 뜻이다. 결국 데이터베이스는 자료의 집합 또는 자료를 관리하는 기술이다.

자료는 아무리 많아도 재료일 뿐 그 자체로 유용하지는 않다. 성적 처리 시스템에 저장된 학생별, 과목별 점수는 자료일 뿐이며 이것만 봐서는 학업 성적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이 자료로부터 총점, 평균, 석차를 뽑아내야 비로소 선생님이 바로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된다.

자료(Data)를 활용하려면 합산, 집계 등의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정보(Information)로 가공해야 한다. 데이터베이스는 방대한 자료를 집약하여 저장할 뿐만 아니라 모아 놓은 자료를 가공하여 유용한 정보를 뽑아내는 기술이다.

과거에 비해 데이터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요구 사항도 복잡해졌다. 대규모의 자료를 저장하고 이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려면 데이터베이스도 그만큼 정교해야 한다. 은행의 전산 시스템을 예로 들어 현대적인 데이터베이스가 갖추어야 할 요건을 정리해 보자.

l 대용량 : 대규모의 데이터를 무리없이 저장해야 한다. 은행의 고객은 수천만명이고 고객당 거래 정보도 수천건이어서 정보량이 조 단위에 이른다. 원활한 업무를 위해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저장해야 한다.

l 효율성 : 대용량의 데이터를 유지하려면 고성능 서버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고가의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저장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여 불필요한 중복을 제거하고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l 무결성 : 데이터를 오류 없이 관리하려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돈을 다루는 작업은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고객의 잔고가 유실되는 사고가 터진다면 은행은 문 닫아야 한다.

l 활용성 : 정보를 저장하는 목적은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고객이 요청하면 실시간 잔액을 알려 주고 예금을 인출하면 잔고는 즉시 감소해야 한다.

l 공유성 : 정보는 공유할 때 가치가 더 높아진다. 은행의 계좌 정보는 전국 어느 지점에서나 온라인 조회 및 거래 가능하며 이를 위해 네트워크 연결이 필수적이다.

l 보안성 : 인증받지 않은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데이터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타인의 계좌를 해킹하여 돈을 빼가도록 해서는 안되며 내부 직원의 비리까지 막아야 한다.

거대한 데이터를 저렴하고 완벽하게 저장하며 언제든 누구나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안전해야 한다. 이 외에도 필요할 때 증설할 수 있는 확장성과 이기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이식성, 같은 성능이면 가급적 싸게 운영할 수 있는 경제성까지 겸비하면 더 좋다.

완벽한 데이터 관리를 위한 요건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이 정도의 정교한 시스템은 하루, 이틀에 완성할 수 없으며 수십년에 걸친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은 비싸고 그 기술을 다 배우고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